20.7.13

[Eastern Europe] (3) PRAGUE (24-28 Sep 2012)

저녁 무렵 도착한 Prague. <중앙역 민박>이 중앙역 바로 앞에 있다고 했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무려 해외통화를... 알고보니 진짜 바로 앞에 있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옆집 아저씨같은 분이 나를 맞아주셨다. 초면에 숙박비부터 토해내라시던(!) 재미나신 분. ㅋㅋㅋ 졸지에 4일치 방값 80유로를 선지급! 먼저 계시던 분들은 이미 저녁식사를 하신 듯했고, 곧 야경투어가 있을 예정이니 함께 할 분들은 준비하시라는 주인장님 안내를 받았다. 배정받은 2층 방 한켠에 짐을 풀고, 침대에 몸을 잠시 뉘였다. 빠방한 Wifi로 업무 아닌 업무를 좀 보고, 완전 깔끔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매력적인 이 공간에 슬슬 적응하고 있었다. 이윽고 세탁실이며 화장실이며 숙소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미 입구에 쌓여있던 맥주병에서 대충 눈치는 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정감있고 신나는 곳이었다 여긴. 주인장님도 별 거리낌 없이 손님들을 대했고, 나중에는 나를 마치 파트타이머처럼(!!) 손님들 들어오는 문도 열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게 했는데, 그게 싫거나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이 포인트!







잠시 후 야경투어를 하러 길을 나섰다. 내부수리 관계로 2015년까지 문을 닫는 National Museum을 거쳐, 볼바타 강 근처 다리에서 야경도 즐기고, 프라하 성 입구까지 걸으면서 다리에 있던 거대한 조형물에 얽힌 사연도 듣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급하게 비를 피하기도 하고, 하여간 주인장님 덕분에 알찬 투어를 할 수 있었다. 물론 투어가 끝나고 나서는 언제 파할 지 모르는 맥주파티를~! 마침 한 방을 쓰게 된 룸메이트 형들이 장교 선배들이라 '세상 참 좁다' 하여 또 일잔.




다음날, 어제의 여독+술기운을 느낄 틈도 없이, 근처 스타벅스에서 라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아, 원래 아침도 민박에서 주기로 되어 있었는데, 주인장님이 뻗어버린 관계로... 이 일로 이 날 저녁은 삼겹살 파티를 했다 하하핫. Anyway, 어제 보았던 National Museum과 시청을 지나 구시가지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복잡하거나 크지 않아서 몇 번 들락날락했더니 금방 길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도 모르니 항상 mtrip을 켜놓는 센스!




처음 Prague를 방문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 중 한 곳인 Museum of Communism에 들렀다(입장료 Kc 150). 박물관이라길래 규모도 좀 있고 접근성이 괜찮은 곳에 있는 줄 알았는데, 어떤 호텔건물 2층에 외지게 자리잡고 있었다. 박물관도 시대를 반영하는 것인가...? 뭐 여튼 대부분의 동유럽이 공산주의 사조를 따르고 있었을 무렵 시대상과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근데 난 지금이 훨 좋다.




구시가지 일대를 한참을 누비고 다녔다. 극장같은 곳도 두어군데 들어가 보고, 선물용 시가를 살 좋은 장소도 눈에 담아두었다. 우연찮게 발견한 Chocolate Museum에서는 초콜릿 제조과정 뿐만 아니라 초콜릿을 만드는 성분별 전시물과 각 국 초콜릿 포장지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식은 물론 덤으로! 다크초콜릿 한 봉지를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 달콤함이란~





 
구시가 광장으로 이동해 Old Town Hall 위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장은... 정말 장관이었다. 카메라가 이를 다 담지 못함을 안타까워 해야 할 지경. 높은 하늘과, 단풍색 지붕과, 고풍스런 시가지의 모습이 나를 한참동안 멍하니 풍경만 바라보게만 했다. 셀카를 찍고 있던 인도인(이었나...?)을 도와주고 품앗이로 나도 한 컷.





근처 Hard Rock Cafe에서 버거로 점심을 해결한 뒤, 볼바타강 주변을 산책했다. 그러다 문득, 영감(?)을 얻어, 숙소에 잠시 들러 랩톱을 챙긴 뒤, 볼바타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걸터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입사 서류를 작성했다(음... 미쳐가는게지 후훗). 그나저나,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이 흐르는 강물...!





어제 민박에서 만난 분들과 비셰그라드Vysehrad에서 치맥을 하기로 약속한지라, 해가 저물어갈 즈음 숙소로 다시 돌아가 그 분들과 길을 나섰다. 중앙역 지하 1층에 있는 BILLA에서 맥주, 치킨, 과일을 사고, 지하철 표를 끊어 비셰그라드로 향했다. 너른 정원 안에 오래된 건축물, 교회, 묘지 등이 곳곳에 많이 있었다. 잔디들판에 널브러진(!!!) 한 연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우리 일행... 이런 것이 자유, 아니겠냐며 :-)
경치가 가장 좋은, 아래 강이 보이는 성곽 근처에 자리를 잡은 후, 잽싸게 화장실로 향해 과일을 씻
어왔다. 화장실을 지키고 있던 관리인이 이용료를 원하는 만큼 내라며 째려보던데, 동전 몇 푼 넣고 도망왔다 ㅋㅋㅋ 그렇게 모여 모여 벤치에 한 상 차려내니 나름 먹음직하더라는.
이렇게 이국 땅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 한 캔 하며 서로의 일상과 힘듦을 공유하고, 또 토닥이면서,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 당시 나에게 상당한 힐링이었다. 더욱이 통구이 치킨은 어찌나 맛있던지. 얼굴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고... 기분 급 좋아진 나는, mtrip의 도움으로 형님들(!)을 이끌고 무사히 비셰그라드를 벗어나 구시가지 산책 후 숙소에 도착했다. 그 날 아마 밤새도록 놀면서, 맥주 원없이 먹고 카지노도 살짝 방문해주고 여하튼 역동적인 밤(!)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주인장 분께서 아침을 차려주셔서(아래 사진 가운데 분!), 쌀 한톨 안남기고 싹싹 비워낸 후, 프라하 성 일대를 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Charles Bridge를 건너, 성곽 외부에서 성 안쪽으로 동선을 잡고, 일단 산책도 할 겸 아침 햇살도 받을 겸 강가를 따라 조금 걸었다. 우연찮게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뭔가를 촬영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리 한 켠에 남산처럼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며 피식, 웃음이 났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mtrip을 통해 알게 된 Franz Kafka Museum. 민박 주인장 분께서 추천한 장소 중 한 곳이기도 했고, 건물 초입에 있던, 서로 마주보고 쉬야...를 하는 조형물에 이끌려 들어가보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전쟁 후 영토분쟁을 비꼰 조형물이라고 한다. 120Kc(학생할인 없었던 듯)을 내고 들어 간 내부는, Kafka의 문학세계 만큼이나 어둡고 칙칙했다.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좀 아쉽긴 했지만, 한 번 들러 당대의 음울함을 느껴봄직한 곳이었다.



길을 따라 성 안으로 걸어올라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움직이는 통에 길 헷갈릴 일은 없었다. 계단이 꽤 많아서 살짝 더워졌다는. 군데군데 박물관이나 전시장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쉬어가며 구경하니 어느덧 성 근처까지 다다랐다.




드디어 도착한 프라하 성 일대. 색감있는 여러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한켠에서는 교회 건물이 수리 중에 있었다. 가이드를 동반한 단체 관광객들이 있길래, 슬쩍 끼어 가이드의 설명을 잠시 엿듣기도 했다. 풍경을 보겠다고 멋모르고 타워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아뿔싸...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그렇다고 다시 표를 물리기에도 좀 모냥빠지는 일이라, 나선형 계단을 (빠른 속도로) 5분정도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막상 꼭대기에 올라가니 내 노력이 저~언혀 아깝지 않았다. 붉은 지붕과 어우러진 녹음, 그리고 하늘에 적당히 낀 구름들이 내 눈을 즐겁게 했다.






어느덧 점심시간. 크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던 터라, 성에서 내려오면서 지난번 센텐드레에서 보았던 돌돌이 빵이 보이길래 그것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음... 맛은 뭐, 센텐드레가 훨 나았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라떼 한 잔 하며 잠시 쉬다 다시금 출동!


하이킹을 좀 할 요량으로 Seminary Garden과 Petrin Lookout Tower 쪽으로 방향을 잡고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날이 그렇게 덥지 않았음에도 살짝 땀이 났다. 2,30분 정도 걷고 나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푸른 들판이 나를 맞아 주었다. 철탑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 뭔가 하고 들어가 보니, 전망대 비슷한 것이어서 굳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그 반대편에 있던 식물원 비슷한 곳에서 유유자적 걷다가... 벌레들이 많아 도망. 모노레일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온 뒤, 해가 지기 직전까지 프라하 성 외곽을 강을 따라 계속 무작정 천천히 걸었다. 프라하가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쉬러 오는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왜 그런 설명이 따르는 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후 숙소에 들러 입사서류와 논문을 조금 건드려 본 다음, 사람들과 또 어울려 멈출 줄 모르는 맥주파티를!




다음날.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아침, 밥을 챙겨먹고, 스타벅스에 들러 아이스라떼 한 잔을 take away한 후, 쇼핑을 할 요량으로 눈여겨 봐두었던 상점들을 방문했다. 영업 개시할 10시쯤부터 숙소에 다시 돌아온 오후 3-4시까지, 정말 눈코뜰 새 없이 혼자 바쁘게 이곳 저곳 기웃거렸던 듯하다. 물론 내 손에는 쇼핑의 흔적이 잔뜩. TOPSHOP에서 눈이 뒤집어졌었던 기억이 난다. 계산하는 직원이 날 빤히 쳐다보면서 "옷이 없냐"고 물어봤을 정도... 학생할인이 되는 시즌이어서 그랬던 걸로~ 잠시 숙소로 돌아와 짐정리를 간단히 해 놓고, 구시가지에서 기념품도 몇 개 사고 길거리 음식 두어점을 먹으며 주린 배를 달랬다. 아, 다음날 Warsaw로 이동하기 위해 중앙역에서 표를 예매해두기도 했다(10:17 Praha hl.n ? 18:44 Warszawa Centralna). 인터넷으로 검색한 금액(대략 €70)보다,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쌌다(Kc1410, €56.4). 이유를 모르겠네...






Prague를 떠나는 날. 역시 아침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수다를 떨다가, 주인장 분의 환송을 받으며 길을 떠났다. 간단히 요기할 거리들을 주섬주섬 사들고, 예약해 둔 자리에 앉아 풍경을 보다 논문을 쓰다 서류를 고치기를 여러 번, 이윽고 기차는 Warsaw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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