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13

[Western Europe] (8) MUNICH (2nd, 19-22 Sep 2012)

다시금 오른 여행길. 여느 때와는 달리, 이번 여행은 나에게 의미가 크다. 단순히 관광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되었던, 크게 바뀌어버린 내 삶의 방향에 대한 최후의 몸부림(!)을 매듭짓기 위한 시간이 될 이번 여행. 긴장되고, 떨리고, 하지만 설렌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목적인지라, 비행편을 구하는 것도 출국이 임박해서야 완료되었다. 덕분에 Munich까지 가는 비행편은 Emirates로(KRW 650,000 / ICN(23:55) - DXB, DXB(08:35) - MUC / ISIC 학생요금), Zurich에서 돌아오는 비행편은 Qarar Airways($765.99 (KRW 855,000) / ZRH(15:40) - DOH, DOH(01:55) - ICN / travelocity)로 서로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었다. 여행 중 도시를 이동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일부는 철도를, 일부는 비행기를 활용했다(각 이용현황은 그때그때 소개할 예정...!).
출국을 위해 저녁 늦게 공항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북적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도착했을 때 막 Emirates 쪽에서 수속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사전에 online check-in을 한 터라 별도의 라인에 줄을 섰다. 몇 분 기다리지 않아 수속이 시작되었고, 사전에 잡아둔 좌석을 비상구 좌석으로 바꾼 다음, 간단히 공항을 돌아다니며 탑승 전까지의 시간을 보냈다. 탑승동 외곽에 대기중인, 내가 타게 될 A380(WOW!!)이 대기중이었는데, 이전에 내가 탔던 기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으리으리했다.




드디어 탑승 개시. economy좌석이 다른 항공사의 그것보다 훨씬 넓었다. 더욱이 난 비상구 자리여서 정말 다리를 쭈~욱 뻗고도 내 다리길이 만큼 공간이 더 남았다. 기내에 기분 좋은 향이 기분 좋을 정도로 퍼져 있어서 또한 좋았다. 함께 비행할 crew들도 얼굴에 미소와 자신감이 넘쳐보였고... 하여간 탑승소감은 excellent! 역시 Emirates야.
기내에서의 시간은 왜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내 옆에 앉아 있던, 금목걸이를 한 쿠웨이트 아저씨와 이륙 전부터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륙이 임박하면서 내 바로 앞 jump seat에 앉은 crew들과 영어 + 스페인어로 서로의 비행에 행운을 빌어주기도 했다. 어느새 기내식 두 번을 해치우고(김치를 제공해주는 센스!), galley에서 물 한잔 하면서 쉬고 있던 crew들과 한참동안 수다를 떨고, 나에게 "A CREW?"냐며 물으며 관심을 보이던 Londoner(인 듯했는데...) crew와도 사는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다. 무엇보다 내 랩톱에 있던 '응답하라 1997' 덕분에, 기내에서 단 한순간도 졸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즐겼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뒤, 환승절차를 밟고 공항 이곳 저곳을 구경하러 다녔다. 아쉽게 Munich행 비행기의 자리를 비상구 쪽으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A380이니 믿고 탄다. 공항 안에 야자수를 심어 놓은 이 패기란.. 과연 Oil power로세. 햇살이 따뜻하게 드는 창가에 앉아서, 응칠이를 감상하며 다음 비행편을 기다렸다.



다음 비행편에 올랐다. 역시 상대적으로 넓은 좌석 덕에 다리가 편했다. 한국에서 두바이까지 오는 비행편에 있던 Amenity Kit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 비행편에 있는 도구들도 흥미로웠다. 특히 식사나 면세품 구입을 위해 자신을 깨워달라는 스티커에 눈길이 갔다. 기내식 또한... 언제나 그랬듯... 먹다가 한두번 감탄을 날린 게 아니다. 나의 이 기내식 사랑...!






드디어 Munich에 도착. 공항에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에 흠칫 놀랐다. 짐을 찾고 지하철역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 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자동발매기에서 CityTourCard(€31.5 / total area, 3 days)를 구매했고, 지하철을 이용해 미리 예약해 둔 숙소로 향했다.



내가 Munich를 방문했을 때가 Oktoberfest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Munich 전역의 숙소 비용이 상당히 비쌌고, 그나마 남아 있는 방도 많이 없었다. 중앙역Hauptbahnhof 근처로 열심히 매물(!)을 뒤지다, 미리 예약해 둔 Ghotel에서 출국 직전 조금 더 저렴한 Jedermann으로 방을 급하게 조정했다(€267.31, 2 nights). 중앙역에서 tram 기준으로 두 정거장쯤 떨어진 곳이었는데, 처음 찾다 보니 한참을 걸어갔다. receptionist에게 위치가 꽤 멀다며 투덜댔더니 그 직원이 나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tram 안탔지?"라고 물어보았다... 살짝 민망하더라는. 방은 상당히 아담했고(작았다는 의미...), 혼자 쓰기 딱 좋은 크기였다. 화장실도 깔끔하니 뭔가 독일스러웠다. wifi 하나는 빠방하게 잘 잡혀서 좋았다.





짐을 풀어놓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여행스런 여행은 해야지 않겠나며...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독일박물관으로 걸음을 재촉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문을 닫아버려 헛걸음을 했다. 강을 건너고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걷다가, 눈요기나 할 요량으로 Marienplatz의 빅투알리안 마켓으로 향했다. 안쪽 시장통에서 fish&chips를 하나 사들고, 그 일대를 한참 방황하고 다녔다. 양껏 걷고 난 이후, 체력관리도 할 겸 살짝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근처 상점에서 포도 한 송이를 산 뒤 숙소로 좀 일찍 들어가 맥주 한 캔 한 다음 바로 자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이미 밝혔듯 이번 여행은 그냥 먹고 놀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었다. 면접에, 틈틈이 논문도 써야 하고... 그래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신선한 아침공기 마시며 논문을 쓰리라 결심을 했다. 막상 일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얼굴이 부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간담이 서늘해진 나는, 얼른 거울을 봤다. 그런데 헉, 이게 내... 얼굴인가...?? 얼굴이, 특히 눈두덩이가 팅팅 부어있었다. 얼굴 외피와 내피가 따로 노는 느낌도 들었고, 간지럽기도 했고... 아... 이게 무슨 사태래... 일단 이 상태 그대로 사진을 찍어 피부과 의사선생님께 보냈다. 머리와 손은 논문을 쓰면서, 얼굴근육과 입을 계속 풀어댔다.
그래도 배는 고픈지라, 부은 얼굴을 들고 1층 로비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빵이며 과일이며 치즈며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들이 잔뜩 있었다. 오늘도 한참을 걸어다닐 예정이어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두기로 작정했다.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주스와 물 외에 따로 비치된 음료수가 없어 그냥 테이블에 앉았는데, 조금 있다가 직원 할머니께서 커피를 테이블로 직접 가져다주셨다. 커피조차 맛있는 이 믿기지 않는 상황.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데, 이 때 몇 잔을 마셨는지 모른다.




얼굴에 선블록을 두텁게 바르고, 그러나 여전히 띵띵 부은 부자연스러운 얼굴을 들고, 영국정원(U3/6 Universitat)으로 향했다. 흔히 생각되는, 잔디밭 너른 정원인 줄만 알았는데, 물도 흐르고 나무도 많고 심지어 말도 다니는 아주 큰 공원이었다. 게다가 조용하기까지. 음료수 한 병을 들고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기 아주 좋았다. 안쪽 호수 부근에 노천식당도 있고 오리배 선착장도 있었는데, 좀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한창 영업 준비중이었다.





뒤이어 걸음을 옮긴 곳은 올림픽공원(U3 Olumpiazentrum / U2 Harthof). 날이 좋아서 그런지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곳곳에 어린 학생들이 견학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든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듣기 거북하질 않다. 나 또한 재잘거림에 이끌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물 모양을 한 철제 천정이 인상에 남았다.



전망대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5.5).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숨에 꼭대기까지 올랐다. 외벽에 있던 낙서들에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었던지. 그러나 한국어로 된 낙서를 본 순간... 조금 부끄러워지긴 했다. 어디 가서 낙서는 하지 말자구요 우리.





잠시 숙소에 들러 휴식을 취한 뒤 바로 Nymphenburg 성으로 향했다(중앙역 북쪽 출구 17번 트램, Schloss Nymphenburg 하차). 밖에서 봐도 그 규모가 으리으리했는데, 입장료를 내고(학생요금 €5) 안으로 들어가니 그 규모가 더욱 놀라웠다. 무엇보다 가운데 물길을 기준하여 양쪽으로 뻗은 산책로는 가히 멋지더라. 햇살을 최대한 피해 그늘만 골라 나도 현지인처럼 산책을...!




내일부터 Octoberfest가 시작된다. 일정상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하루 먼저 곧 열광의 도가니가 될 현장을 방문해보았다(U4/5 Theresienwiese). 그저 큰 맥주집들만 많이 있겠거니... 했는데, 여긴 거의 놀이동산 수준이었다. 으리으리한 맥주집들은 물론이거니와, 저쪽 뒤편 한켠에 아예 놀이기구를 타는 장소가 따로 있었다. 아... 내일 와보고 싶다 흑흑. 기필코 조만간 이 기간에 맞춰 다시 들르는 걸로~ 숙소로 향하던 중에 Marienplatz에 들러 라로슈포제 토너/선블록과 선물용 Voltaren(관절약)을 샀다. LUSH에서 샴푸도 하나 샀구나. 샘플도 하나 얻어오고 후훗. 아쉽지만, 액상비타민은 다음번 방문 때 사기로 했다. 캐리어가 터질 듯하여...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역시 숙소에서 논문을 포함한 이것저것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어느덧 Munich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역시 든든히 아침을 챙겨먹고, 짐을 꾸려 호텔을 나왔다. 이슬비가 내리는 Munich의 아침, 운치 있고 괜찮았다. 다음 목적지인 Budapest로 이동하기 위해 처음으로 저가항공을 선택했다. 이름하야... Ryanair! 비행기를 탈 allgaeu-airport도 Munich 외곽 어드메에 별도로 있어 이동이 쉽지 않았던 터라, 사전에 그 공항까지 리무진버스(€15, purchased through the Internet / 매시 정각 및 30분 출발)를 신청해 이용했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던데 문이 열리지 않아 살짝 위험(!)할뻔 했지만 뭐. 생각보다 수하물이 무거워 쿨하게 짐값을 좀 더 내고, 자판기에서 사과주스를 하나 뽑아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출발예정시간이 다 되어서야 비행기가 도착했고, 손님들과 짐을 내리자마자 바로 remote 탑승이 시작되었다. quick-turn 비행기를 타 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 특별한 서비스나 안락함 따위는 없었지만, 왠지 좀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화도 나름 괜찮았고. 약 두시간 정도 지나 Budapest에 도착. 그나저나 내 얼굴은 도대체 나을 기미가 안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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