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13

[Western Europe] (7) LONDON (2nd, 23-27 Dec 2011)

학기중에 다섯 과목이나 들으면서 (대학원 과정에 다섯과목은 자살행위라는거... ^^;) 열심히 공부했으니, 방학은 즐겨줘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시금 유럽여행길에 올랐다. 크리스마스는 런던에서, 새해는 부다페스트에서! 다른 수강생들보다 먼저 과제를 제출해버리고, 좀 이른 휴식기를 맞았다. 그 바쁜 학기중에도 여행계획을 짜고 있던 내 모습이란... 하여간 못말린대도. 최대한 다양한 항공사를 이용해보자는 내 결심을 반영하듯, 이번에는 FINNAIR로 ICN-LHR / BUD-ICN을, 중간에 LHR-BUD 구간은 British Airways로 이동하기로 정했다. 출발 당일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해 알록달록한 탑승권을 받고, 다시금 기분이 묘해지면서 여행의 설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행기 탑승! 생수가 한 병씩 꽂혀져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항공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비스! 이래서 북유럽, 북유럽 하는 것인가...? (막상 북유럽은 여행을 다녀보질 못했네... 조만간 권역별로 묶어 한 번 쓸고 와야겠구만, 훗)
기내는 깔끔했고, 유니폼을 포함한 전체적인 색감도 좋았고, 기내식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crew들의 살가움과 서비스마인드가 와닿았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빡빡이 아저씨가 내 앞 저 쪽에서 무릎을 꿇고 meal tray를 수거해가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게 보일 수가 없었다. crew들과 galley에서 떠는 수다는 비행의 또 다른 재미! 내 옆자리에 앉았던 손님 또한 영국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하여간 밥먹고 galley가는 시간 빼고는 그 사람이랑 계속 이야기를 나누느라 쉴 틈이 없었다. 덕분에 런던 도심에서 가장 전통적인 pub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를 알아냈다.






헬싱키 Vantaa 국제공항에서 런던행 비행기로 환승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동안, 공항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현재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지만, 한켠에 열심히 확장공사중인 것을 확인했다. FINNAIR의 catchphrase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장 짧은 길'인가 그랬는데, 항공사가 커나가는 것과 맞물려 Vantaa공항도 확장일로에 있는 듯했다. 공항 내부는 깔끔했고, 편의시설도 많아서 쉬기 좋았다. 낮 3시인가밖에 안되었는데 이미 해가 지고 있는 이 놀라운 광경이란. 밖에 한 번 나가봤으면 좋으련만...



다시 비행기 탑승! 기종은 작아졌지만 기내식은 더 맛있었다!!! 내 생전 이렇게 아삭한 피클은 처음이었다... 계란이며 토마토며 야채며... 이거 뭐 포크 대기 무섭게 사라지니 이걸 어쩔? 후아... 



런던에 도착해 바로 숙소로 향했다. 저번 유럽여행때 썼던 Oyster card는 한국 오면서 없애고 온지라, 이번에는 이전에 영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부탁해 그 친구가 사용한 카드를 그대로 양도받았다. 잔액도 쏠쏠히 남아있었다는! tube를 타고 숙소가 있는 King's Cross stn.으로 이동했다.
도착시간이 밤 아홉시쯤 되었나? 여튼 밤늦게여서 어디 돌아다니기도 그랬고, 일단 짐을 풀고 좀 씻고 싶었다. 떄마침 비도 추적추적 와주시니 이거... 이번에 내가 예약한 숙소는 Clink78(16 mixed room, 5 nights, £71 total)인데, 인터넷으로 본 것보다 훨씬 찾기가 어려웠다. mtrip 어플이 없었으면 길을 잃을 뻔 했다. 15분을 헤맨 끝에 도착한 숙소는 생각 외로 화려하고 활기찼다. 리셉션 직원도 sweet했고, wifi도 빵빵했고(다만 유료라는 것...), 세탁기나 주방과 같은 편의시설도 많고 깔끔했다. 건물 안에 여행정보를 알려주고 여행상품을 연결해주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있을 정도. 애초에 16인실이라 방/침대의 아늑함은 포기했지만, 화장실과 세면실이... 특히 샤워기는 좀 많이 불편했다. 수압조절도 쉽지 않고 물 나오는 위치도 그렇고. 지난 번 런던에서 묵었던 호스텔도 화장실 쪽이 별로였는데... 흠, 런던 호스텔의 특징인가?









다음날 아침. 나는 여행만 가면 생활이 거의 수도승처럼 변한다. 눈을 떠보니 아침 네시. 잠도 오지 않는 이 새벽에, 그렇다고 무턱대고 누워있기도 아까운 시간. 건물도 다시금 둘러보고 오늘 일정도 검토해보고 입실 시 무료로 받아두었던 wifi로 전화도 좀 하고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여섯시부터인가 그래서, 하여간 투숙객 중에 제일 처음 아침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빵과 시리얼, 치즈, 버터, 간단한 음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토스트/시리얼에 홍차 한 잔 하고, 런던의 새벽을 맞이하러 서둘러 길을 나섰다.




어제 해맸던 이유를 알았다. 길이 중구난방으로 나 있었다! 다시금 주변을 누비며 길을 파악하고, 런던여행의 필수spot인 Tesco (이 근처에는 express밖에 없었다)가 어디 있는지 눈으로 보고서야 근처 Starbucks에 앉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 땡기는 여유~ 무료 wifi 활용도 빼 놓을 수없지. 그러는 사이 해가 떴고, 이번 런던여행의 출발점인 King's Cross stn.으로 향했다.




저번 유럽여행때는 시간대별로 일정을 미리 다 짜놓고 그 동선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권역/테마만을 설정하고 내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여보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시장을 위주로 돌아다닐 예정. 시간대를 확인하니 가장 이른 시간에 개장하는 곳이 London Bridge stn. 근처의 Borough Market이었다. 최대한 런더너의 느낌을 풍기며(나는 그렇다고 믿었다...) tube로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시장 입구부터 사람들의 활기참이 느껴졌다. 치즈와 절임음식들이 풍기는 향들을 빼고는 한국 재래시장과 그리 다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벽과 가판에 열맞춰 걸려있던 칠면조들은 나를 흠칫, 놀라게 했다. 수제 잼과 치즈 몇 조각을 시음해보기도 했고, 기념으로 시장바구니를 무려 £5나 주고 사버렸다(의외로 재질이며 박음질이 튼튼해서 아직도 쓰고 있다).






다음으로 내가 향한 곳은 Burberry Factory Outlet. 딱히 살 것이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숨겨져 있는 outlet을 탐방하고 싶었달까... Hackney Central Stn.에서 내려 10분 정도 헤멨다. 골목골목을 거쳐 이동해야 해서 건물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가게 몇 군데와 행인 몇 분들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anyway~ 막상 들어가니 떡대 아저씨 두 명이 안쪽 입구 문지기를 하고 있었고, 그 안쪽 매장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라커에 짐을 보관하고 window shopping을 시작했는데, 딱히 내 물건이라고 보이는 것들은 없었다. 가격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싸서, 쉽게 손이 잘 안갔다. 트렌치 코트 몇 개를 걸쳐보고는 30분만에 퇴장. Bicester Outlet에서 내 물건들을 만나길 기대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좀 남게 되어서, mtrip 어플을 활용해 Paul Smith Outlet을 찾아가 보았다. 이것도 골목골목 사이에 있어 GPS의 도움을 받고서야 갈 수 있었는데, 역시 큰 감흥은 없었다. 색감도 그렇고, 무엇보다 사이즈 자체가... ㅠㅠ


그 뒤로는 최대한 두 발로만 다니려고 노력했다. 사람 사는 모습, 비슷하지만 다양한 건물들, 곳곳에서 묻어나는 향기와 색감을 눈에 놓치지 않고 담아갔다. 영국스러움, 또는 런던스러움이 왠지 나에게 그렇게 이질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근처에 Harrot 백화점이 있어 구경해 보려고 갔는데, 입구 바깥까지 선 줄과 건물 안의 엄청난 인파에 질려 외곽순례(!)만 했다. 지난 번 런던여행 때 All Saints라는 엄청난 브랜드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장소인 Portobello Market도 빼놓지 않고 들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시금 그 매장을 들러 겨울용 가디건과 잘 빠진 면바지 하나를 자신에게 선물해버렸다! 길거리 음식(감자튀김이었나? 하여튼) 하나 들고 두어시간을 그 곳에서 보냈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무슨 네 시 좀 넘었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지니 이거 원. 서둘러 Brick Lane으로 향했다. 사전에 찾아보기로는 빈티지 느낌 물씬 풍기는 시장골목이라던데, 이미 상인 분들이 철수하신건지 한참동안 텅텅 빈 거리만 걸었다. 베이글이 유명하다는 가게는 보이지도 않고... (요건 다음 번 런던여행 때 꼭 먹어볼 예정!) 그래도 귀금속 전시장처럼 보이는 번쩍번쩍한 곳도 우연찮게 구경하고, Rockit이라는 중고상점도 들러보면서 눈요기는 제대로 했다.




그냥 숙소로 향하기는 너무 아쉬워서, 비행기 안에서 만난 영국인에게 추천받은 Pub 중 한 곳인 Nag's Head (Hyde Park stn.과 Knightbridge stn. 사이; mtrip으로 위치검색)로 향했다. 허름해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엔 벽난로도 있고 지하층도 있고 아늑하니 분위기가 있었다. 주인장에게 Carlsberg 생맥주 half pint (발음이 꼬여 애먹었다...)를 주문하고 바 한 켠에 앉았다. 맥주를 건네주는 주인장과 사는 이야기를 좀 나누고 있자니, 뒤쪽에서 간만에 만난 듯한 한국인 네 명이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던 터라 그 무리에는 끼지 않았지만, 나갈 때 한국어로 '즐거운 시간 되라'며 인사하니 깜짝 놀라하더라는.





Pub을 나와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런던의 밤을 즐겼다. 차이나타운에 연말을 기념해 걸린 큰 등을 지나, Icebar London(Picadilly Circus stn.과 Oxford Circus stn. 근처)에 들러 얼음잔 칵테일도 마시고(입장료 £16; 이거 의외로 신기하더라!), Picadilly Circus 일대를 누비며 런던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여행이라는 것이, 이런 맛일 게다. 나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나를 던져놓고, 또 그 속에서 나를 익숙하게 만드는 재미. 사람 사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나와는 다름'에 대해 마음을 여는 여유. 나의 행동과 생각에, 조금은 '자유'라는 날개를 달아낼 수 있는 가능성. 오롯이 나와 내 주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집중의 여지를 만들고, 그리하여 조금 더 '바람직한' 개체로 성장할 동력을 얻는 과정. 이런 이유로 나는, 여행이 좋다.

크리스마스 당일. 조금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소파에 앉았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버스도 잘 안다니고 지하철 운행은 아예 하질 않고 웬만한 상점이나 음식점도 다 휴무! 이렇게 시간을 멍때리며 보내기엔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무작정 걷기 옵션을 선택한다. mtrip 어플을 열고 걷기에 적당한 동선들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어디를 들렀나 지도를 확인해 보니... 뭘 이리 많이 걸어다녔는지 원. King's Cross stn. ~ Euston stn. ~ Tottenham Court Road stn. ~ Covent Garden stn. ~ Leicester Square stn. ~ Picadilly Circus stn. ~ Westminster stn. ~ Charing Cross stn. ~ Temple stn. ~ Holborn stn. ~ Farringdon stn. ~ King's Cross stn. (역 기준) 의 도보답사(!)였는데, 방에 다시 들어오니 해가 지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중간에 밥도 먹고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갈매기 밥도 주고 하다 보니 시간이 어찌 가는 줄도 몰랐다. 덕분에 요 일대 지리는 훤히 꿰게 되었다는 거!



시립도서관인 듯 했다. 문이 열려 있으면 한 번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쉽구나.



Russel Square의 모습.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아주 많았던 기억이 난다.


Covent Garden Market의 조형물. 둥둥 떠있는 비누방울같은 느낌이 묘했다.


대영박물관 맞은 편 Admiralty Arch.


버킹엄 궁전 진입로. 옆 공터에서 근위병들이 행렬 준비를 했었나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공놀이도 하고 운동도 하며 놀고 있었다.



Arch 근처에 있던 조형물과 한국대사관.


다리 밑에 자유로운 영혼들이 낙서를 해 놓았길래 한 컷.


런던에 가서 정작 뮤지컬을 못보네 이거... 다음엔 꼭!


우연찮게 발견한, 오전에 문 여는 식당! English Breakfast를 시켰는데, 저렴한 가격에 실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토마토에서 묵은지 맛이 나더라는!!!


Westminster 근처의... 이게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음... 교회였나? 시청이었나? 모르겠다...


BBC 본사를 앵글에 담다!


다시 King's Cross stn. 밤이다 어느덧 허허. 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 것을 보면... 못말린다 나도 참.
다음날 아침, 그렇게 그리던(!) Bicester village 가는 날. 미리 예약해 둔 Shopping Express (0845am, single ticket, £14 booked through the Internet)를 타기 위해 Victoria Bus Station으로 향했다. 호스텔 주인 말로는 날이 날이니 만큼 아침 일찍 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택시를 불러야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결국 새벽에 택시를 불러 그 장소로 가긴 했지만, 가다 보니 night bus들이 다니는 것이 아닌가!!! 속았다... 내 5만원 흐흑. 기분 전환 겸 McDonald's에 들러 잠깐 Wifi를 하다, 커피 한 잔 들고 주변을 산책했다. 버스는 선착순으로 줄 서서 타니, 좋은 자리를 위해 미리 대기해주는 센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한창 <나는 꼼수다> 밀린 것들을 복습하느라 정신을 놓고 있다가, 왠지 버스가 움직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뿔싸. 오늘은 Boxing day. 크리스마스 뒷날에 인구대이동이 일어난다는 그 날...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서, 진입로를 코 앞에 두고, 한시간 정도 버스가 옴짝달싹 못하는 짜릿한 경험을 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내 방광이 풀릴 뻔 했다는.
고속도로 정체 덕분에, 또 Oxford 관광도 계획해두고 있던 터라, 막상 아울렛에서는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미친듯 매장들을 헤짚고 다녔다. 스위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탐탁치만은 않은 영국 물가를 고려하더라도, Polo 라인 제품들은 가격이 너무 셌다. 이거 아울렛 맞는 거야? 그나마 Burberry 매장에서 저번 factory outlet때 눈여겨보았던 트렌치코트와 유사한 디자인의 코트를 정가의 반값에 득템했고(그래도 £600... 후아...), 같은 매장에서 선물용 머플러와 넥타이를 발견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VIP coupon book 받은 것도 알차게 쓰고...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 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Oxford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X5와 S5 모두 Oxford행 버스; £3.8).





내 친구가 어학연수를 했다는 Oxford. 딱 영국스러운 분위기였다. 건물 하며, 거리 하며, 간판 하며, 하나하나 다 영국이었다. Covered Market을 가보려 했지만 마침 휴일이라 굳게 닫힌 철창만을 봤어야 했다(다음에 또 와봐야지!!). 영국의 대표 프랜차이즈인 EAT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어둑어둑해지는 Oxford의 거리를 거닐면서, Lush의 향에 취해 샴푸 하나를 사기도 했다. 그 친구를 놀려줄 요량으로 아무 건물이나 하나 찍어 Wifi zone에서 보냈는데, 친구가 단박에 Oxford인 것을 알아맞춰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 미리 예약해 둔 런던행 버스(£11, megabus)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애초에는 club에 가서 night life를 즐겨볼까 했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한 번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어버리니 다시 나오기가 귀찮아... 그냥 잤다. ㅋㅋㅋ







런던에서의 네 번째 아침. 역시 새벽 일찍 일어나 든든히 아침을 챙겨먹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원래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spot들을 오전 중에 여유있게 돌 계획이었지만, 마음이 급 바뀌어(... 뭐 원래 여행이 이런 것 아니겠냐며... 훗.) 런던 남부 해안도시인 Brighton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결제한 ALL NETWORK DOWNLANDER (£12.5, 영국 남부에서 제휴된 교통편을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pass)를 챙겨 Victoria Train Station으로 향했다. 제법 현지인 분위기를 좀 내 보겠다며 선택한 오늘의 주요 교통수단은 바로 버스! 숙소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후 냅다 이층 맨 앞 통유리쪽에 앉았다. 이래서 이층버스~ 하는구나 했다. 버스 타는 재미도 쏠쏠하더만.




첫 근교여행에다 영국에서 타는 첫 철도라 살짝 긴장되기도 했다. 기차노선 안내 책자를 하나 챙긴 다음 전광판을 꼼꼼하게 확인하고선 기차에 탑승했다. 일부러 안내원들에게 double-check받는 센스! 약 한시간 정도 달려 brighton에 도착했다.





한적한 해안도시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골목골목에 구경할 소소한 거리들도 제법 있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조형물들도 다양했다. Starbucks에서 Iced Coffee를 한 잔 사 들고 주변을 둘러보며 한참을 정처 없이 걸어다녔다. 영국 버전의 1000냥 마트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한국 샴푸가 한켠에 있어 놀라기도 했다. 해안가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Fish & Chips를 점심으로 먹고, 13X를 타고서 Seven Sisters Country Park로 이동했다.







이층버스 안에서 졸다 깨다를 몇 번 반복하고 나니 공원에 도착했다. 어째 좀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안내판도 부실하고... 겨우 입구를 찾아 들어가니 끝없는 질퍽한 산책로와 말똥(?)들이 나를 반겼다.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꾹 참고 끝까지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갈수록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춥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침내 다다른 해안가와 그 옆 절벽은 가히 장관이었다. 바닷물에 마모되어 둥글동글해진 해안가 돌들도 귀여웠고, 저 멀리 지는 해를 보고 있노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절벽 위로 올라가기에는 시간이 좀 빠듯해서 그러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한 번 더 오게 되면 꼭 저 위를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이렇게 런던 두 번째 여행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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