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15

[Switzerland 3rd via AMS] 8-13 Sep 2014

[20140908-13 Switaerland via AMS]

나의 0순위, Switzerland :-) 지금까지 spot 위주의 찔끔찔끔(!) 여행과는 컨셉을 좀 달리 잡고, 간만에 배낭여행 느낌 살~짝 내 주면서 Switzerland를 동서로 횡단해보리라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선, 여전히나 짧게만 느껴지는 (실제로도 짧디 짧은...) 여행길에 올랐다. 아직은 overnight flight 여정을 견딜 수 있는 내 체력에 감사하면서^^ 비행기 탑승~ 열한시간 남짓 날아 도착한 Amsterdam, Schiphol airport에서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직 시내로 나가기엔 너무 이른 시간(4시 반... 음...)인지라 공항을 배회했더랬다. 저쪽 어디에선가 MH17 표지판이 보이길래 가봤더니, 불의의 사고를 당한 MH17 탑승자들을 기리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여지껏 꽤나 무사히 비행기를 타 왔던 시간들에 감사하면서, 그들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방명록에 한 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1일 교통권(€7.5)을 끊은 뒤 도심으로 이동했다. 아, 물론 도심까지 연결되는 열차는 별도로 티켓을 구매(€4)해야 한다. 이거 open을 어떻게 해야 해야 하나 좀 고민했는데, platform 입구에 있는 기계에 접촉만 하면 되는 거였다 (1일권은 당일 첫 교통수단 이용 시 기계에 갖다대면 자동 개시된다). 한 15분정도 달려 중앙역Amsterdam Centraal에 도착한 뒤, 역사 내에 있는 locker에 크나큰 캐리어를 집어넣고(€7.95; credit card only) self tour 준비 끝! 커피 한 잔 들고, 운하 옆 길을 따라 동네 산책을 좀 다녔더랬다. 저 멀리 밝아오는 햇살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절로 식욕이 도는(응?) 아침, 갓 구워진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Albert Heijn에서 물 한 병과 베이컨 앙꼬 크로와상(awesome!) 몇 개를 집어들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 상쾌하다.














중앙역 옆쪽으로 걸어서 한 5분정도 올라가면 도서관Public Library이 있다. 나름 먹물(!)인지라 도서관에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 10시 open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산책을 좀 더 이어갔다. 가만... 이 길, 낯이 굉장히 익은걸? 알고 봤더니 2011년 여름 첫 유럽여행 당시 amsterdam에 있을 때 숙소로 가던 길이었다. 추억에 젖어 당시 boat hostel이었던 숙소를 찾아가봤는데, 'Mind over matter' 우체통과 함께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영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왠지 모르게 반가웠던 순간. 이윽고 open 시간에 맞춰 입장한 도서관은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거렸다. 조명과 배색 자체가 따뜻해서 책 읽기에 편한 분위기였다. 도서, 음악, 그림 등의 자료가 몇개 층에 걸쳐 분야/종류별로 광범위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용에도 편리해 보였다. 지하에는 유아들을 위한 독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2층이었나 3층이었나, 하여간 그 곳 귀퉁이에 라디오 부스도 있었고, 다양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장 큰 즐거움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겠지?














다음으로 들른 곳은 Amsterdam University. 건물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인상적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pass가 없이는 출입이 안되는 시스템이었던지라 아쉽게도 주변만 맴맴거렸다.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열정적인 수업 장면에 계속 눈이 가는 것을 느끼고선, '나도 참 여전하구나' 싶더라는.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자리를 비켜준 뒤, 살짝 출출함을 느낀 나는 Albert Cuypmarkt로 이동해 간단히 요기할 거리를 찾았다. 시장의 아기자기함을 좀 즐기다 보니 어느 새 내게 들려있는 것은 무려 감자튀김+마요네즈 조합~ 내 손과 입을 멈출수가 없었다 ㅎㅎ 아직 Zurich행 야간기차 탑승까지 시간이 남아서, 햇살 좋은 날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이끌려 Van Gogh museum 옆에 있는 정원 벤치에 앉았다. 저 멀리 보이는 I amsterdam 조형물과 그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여전히 내게 흥분됨을 전달하는 이 곳 Amsterdam, 다음에 누군가와 함께 다시 와도 좋을 일이다.










2011년 여름 첫 유럽여행 때, 나는 야간열차라는 것을 처음 타봤었다. 당시엔 무조건 돈을 아껴야 된다는 생각에 6인실 쿠셋을 예약했었는데, 이번엔 작정하고 1등석! 무려 €249(CNL40419, 20:31(amsterdam) ~ 08:34+1(zurich))라는 거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런 호사를 부려보겠냐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예약했다. 그리고 곧 귀여운 1등석 침실과 만나게 된다~ 당당히 역사 내 1등석 라운지에 입장해 보유 중인 각종 전자기기를 충전해댔고, 우연찮게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과 차 한잔 나누고선 내 방으로 입장! 3인실었지만 예약은 나 혼자여서 결국 1인실이 되었다는 ㅎㅎ 방 안에 수건과 기본 amenity가 구비된 화장실/샤워실이 있고(처음엔 온수가 안나왔는데, 기차가 출발하고 엔진이 좀 돌아가니까 콸콸 나왔다), 쾌적한 실내공기에 꽤나 넓은 공간이 심히 만족스러웠다. 약간 좁은 듯한 침대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자는 동안 흔들림이나 소음도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다음날 제공된 아침식사가 아주 그럴듯했다. 갓 짜낸(!!) 커피도 구수하니 훌륭했고, 호밀빵에 사과퓨레며... 오렌지주스조차 맛나다니 ㅋ 상쾌한 아침, Switzerland에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














Zurich 중앙역에 도착. 동서횡단 하려면 pass는 필수겠지? 바로 ticket office로 향했다. 번호표를 뽑고 오래지 않아 창구 직원이 나를 맞아주었다. 여권을 보여주고 난 뒤 손쉽게 3-day flexi pass (CHF 260)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 pass 활용법과 적용 노선이 담긴 지도가 pass와 함께 귀여운 재킷에 담겨나왔다. 곧 이 pass를 개시해 Lucern으로 이동할 터, 그 전에 약간 시간을 내서 아주 짧게나마 Zurich 도심을 거닐기로 했다. 점심거리도 사야 하니까... ㅎㅎ 역사 내 locker에 짐을 두고 역사 밖 정류장에서 트램을 탄 뒤 향한 곳은?









University of Zurich! 언제부터인가 여행가는 곳에 대학교가 있으면 이렇게 꼭 찾아다니게 되었다. '공부하는 곳'을 향한 묘한 끌림이 있달까... 꽤 넓었던 캠퍼스 이곳 저곳을 들락날락했더랬다. 수업하고 있는 강의실 뒤쪽에서 잠깐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역사 근처로 다시 이동했다. 눈에 담기는 풍경들이 그저 아름다웠던지라, 강둑을 따라 걷지 않을 수 없었다지 아마. 살랑이는 바람을 타고 한 바퀴 산책을 한 뒤, 드디어 coop에 입성, 점심 요기할 것을 좀 산 뒤 (물가는 역시나 후덜덜하구나...), 계획보다는 약간 빠르게 Lucern행 열차 탑승~
















한시간을 달려 도착한 Lucern, 구름낀 날씨가 하 수상쩍긴 하다만... 일단 숙소로 이동. google map으로 위치를 검색하고선 한방에 찾아간 Hotel Drei Konige는, 이 나라의 물가를 고려했을 때 꽤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하룻밤 묵고 가기에 괜찮은 정도의 숙소였다. 홀몸이라 single bed면 되는데 굳이 double twin을 주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허허허. Check-in을 하고 잠시 짐 정리를 한 뒤 밖으로 나왔는데, 호텔 로비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가득-_-;; 나는 담대하게 내 갈 길을 가리라...








Lucern에 온 이유는 사실 하나, Mt. Rigi 중턱에 있는 Mineralbad & Spa에 가보기 위함이었다. 이게 무슨 해괴한 돈xx이냐고 한다면 뭐 딱히 대꾸할 말은 없지만... 우연찮게 지역 정보를 모으다 이 곳을 보고서는 너무도 가 보고 싶었던 것을 어떡해! ㅎㅎ 일단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이용해 Mt. Rigi까지 올라야 하니 서둘러 가보자고~ Swiss Pass 휘날리며 Vitznau행 유람선에 탑승. 50여분 정도 물길을 가른 뒤 지체 없이 (유람선 타면서 풍경은 많이 봤다며 ㅋ) 산악 열차 탑승. 30여분 정도 가니 안개 잔뜩 낀 Rigi Kaltbad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난 spa 하하하하하. 한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시설도 쾌적/다양했고, 무엇보다도 노천온천에서 등에 물맞으면서(!!) Mt. Rigi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걸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Lucern의 must-go place로 강력추천! 산뜻한 기분으로 spa 아랫층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Weggis로, 또 그 곳에서 Lucern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잠깐 정리, Spa 입장 시 Rigi railways tkt이 있으면 CHF25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내 경우 Swiss pass여서 이건 해당사항 없음!)










선착장에 도착한 뒤, 호텔에서 챙겨뒀던 지도를 펼쳐들고 Lucern의 상징인 카펠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냥 장식이 예쁜 조형물 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이 다리가 예전에는 감옥이었다고도 하고, 외부세력으로부터의 방호벽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90년대에 불이 나서 복원했다는 설명도 있고... 하지만 나에겐, 지금 저물어 가는 해와 더불어 내 눈에 그저 멋진 걸로~ 한 시간 정도 더 주변을 산책한 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coop에서 사 온 맥주 한 캔 + 조각과일과 함께 밤을 맞았다.






셋째날, 오늘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Zermatt로 이동하는 날이다. <꽃보다 할배>에 등장했던, 고요하고 아름다웠던 그 동네,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아주 꼼꼼히(!) 챙겨먹었다. 무려 두 번의 환승(Lucern(08:00) ~ Bern(09:07) ~ Visp(10:10) ~ Zermatt(11:13))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Zermatt에 도착하자마자 일정이 아주 빡빡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연착 따위는 없었던지라 별 탈 없이 Zermatt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아직 check-in 시간 전이라 일단 숙소 Mirabeau Hotel & Residence에 suitcase를 맡겨 놓고, Gernergrat observatory(CHF41 w/ Swiss pass)로 향했다. 개찰구 직원이 '출발 시간 1분 남았어~ 열심히 뛰면 탈 수 있으니까 try try'이러길래 진짜 냅다 뛰었다. 기차는 칼같이 정시 출발, 역시 마음에 들어. 마주보고 가던 외국인들과 급수다를 떨다 보니 4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종착역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해서 일부러 주위를 둘러보지 않은 채 전망대 건물 앞까지 걸었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대자연에 압도당하고 싶었달까... 그리고 다다른 전망대 앞에서, 뒤를 돌아 자연과 마주했고, 이윽고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을만큼 환상적인 풍경을 보고야 말았다. 고산지대라 약간 어질해서 그랬을까, 벅차오르는 이 기분을 어찌 해야 할까.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는 수밖엔. 사진기를 꺼내 들 생각도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선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hiking을 결정해버렸다. 두어시간 쯤 걸어 내려오면서, 한 발짝 뗄 때마다 새로워지는, 이 하늘과 구름과 산의 조화에 완전히 넉다운됐다.













산악기차를 타고 다시 Zermatt로 내려와서야 배가 고픔을 느꼈다. 이미 시간은 세시를 넘어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뭘 좀 먹어볼까 하고 숙소 반대편 동네를 산책했는데, 마침 블로그에서 평이 괜찮았던 음식점 중 한 곳을 발견했다. 샐러드 한 접시와 Raclette을 주문한 뒤 살짝 여유로운 시간을~ 뭐 이미 물가는 익히 알고 있으니 영수증은 고이 접어두는 걸로... 좀 짜긴 했지만 맛있었다. 치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빵만 충분히 있으면 두세접시는 거뜬히 먹어치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허허허.










Matterhorn Glacier Paradise를 타고 싶었지만 이미 막차 운행이 끝났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ㅠㅠ)을 전해 듣고, 매우 쓰라린 가슴을 안고선 그냥 동네 산책을 좀 더 하기로 했다.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곳곳이 제법 북적댔지만, 동네 자체는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코로 들어오는 청량한 공기와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푸르름 덕분에, 그저 걷기만 하는 데도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랄까. Coop에 들러 물과 요기할 것을 좀 사 들고, 그 와중에 한국인 아주머니 한 분이 오이 찾으시는 것을 도와드리는 오지랖을 발휘한 뒤, 내 방은 어떨지 기대만발하며 숙소로 복귀했다.






이럴수가, 방이 좋아도 너무 좋다! 야외 테라스도 작게 있고, 침대도 푹신+보들보들하고, 화장실에 아로마 향초까지~ 여태까지 수 많은 여행을 다니면서 묵었던 숙소 중에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바로 짐정리를 하고 씻은 뒤 침대에서 막 뒹굴었다 ㅋㅋㅋ 이렇게 훌륭한 곳에서는 공부하는 재미도 더 커지는 법! 어둠이 깔려가는 Zermatt를 마주하면서 밤 늦은 시간까지 뭔가를 열심히 했다지 아마...

















다음날, 상쾌하게 눈이 떠지는 것을 보니 내가 정말 좋은 곳에 와 있긴 한 모양이다. 짐정리를 살짝 해놓고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는데, 그 곳에서 나는 또 한 번 기적을 보았다... 정말 스케일이 다른 intercontinental buffet! 아늑한 조명에, 뭘 먹어야 할 지 선뜻 판단이 잘 안 될 정도로 음식 종류가 많기도 했고, 심지어 맛도 좋았다. 치즈 어쩔거냐며... 꺄악. 구수한 커피맛에 빠져 몇 접시를 비워냈는지 모른다. 그러다 문득 창 밖을 봤는데,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Matterhorn까지 덤으로 한 컷.  Zermatt에서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일관되게 마무리되는 순간! 호텔 check-out하면서 직원에게 '여기 아침 엄청나~' '다음에 또 여기 오면 이 호텔 묵을거야' 멘트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뭐랄까... 사실 Switzerland 하면 내 머릿속에는 Interlaken이 거의 대부분의 기억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의 지붕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고, Interlaken 마을 또한 상당히 정감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익숙함도 한 몫 하는 듯 하고 말이다. 여기에 이번 여행을 통해 Zermatt를 추가하게 되었다. Interlaken과는 또 다른 느낌의 마을, 아직 다 누벼보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끌리게 된 곳이 아닌가 싶다. 언제가 또 될 지는 모르겠지만, Zermatt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자연스레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Switzerland에서의 마지막 목적지, Geneva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Zermatt(08:39) ~ Brig(10:20) ~ Geneva(12:18)로 이동하는 동선이었는데, Brig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지연도착해 Geneva 도착도 예정보다 한 15분 정도 늦어졌다. 어쩐지 좀 서둘러 움직이고 싶더라니... 사실 원래 계획보다 조금 이른 열차편을 이용했는데, 그 이유는 이번 여행의 아주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UN본부 투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두 번째 열차가 나름 Milano에서 오는 거라 기재가 나름 빵빵했다. 개인 독서등도 있고 ㅎㅎ







사실 이 투어때문에 일부러 역사 가까이 숙소를 잡기도 했다. 최단거리로 이동해 숙소에 짐을 던져두고 총알처럼 UN본부로 튀어갈 심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변경된 열차 일정 덕분에 조금은 여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었다. 나의 적확한 상황판단과 유연함에 스스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잘 안 될만큼 커다란 크기의 물웅덩이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걸으면서,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만끽하고 있노라니, 뭐랄까, 따뜻하면서 잠이 왔달까... ㅋㅋ 번뜩 정신을 차리고, 원래 4시 투어를 하기로 했지만 또 한 번 일정을 살짝 터치(!)해서 두시반 투어에 참가하기로 결정. 버스를 타고 눈에 스치는 풍경들을 구경하다보니, 다리 하나가 짧은 저 의자, Broken Chair가 나를 맞이하는 이 곳, 무려 UN본부 앞에 도착했다.





보안검색이 꽤나 철저한 것을 보니 여기가 그 곳 맞나벼~ 한 외국인은 백팩이 너무 커서 입장거부도 당했고... 뭐 여튼 임시출입증에 얼굴 사진도 박고 입장료를 내러 안쪽 장소로 이동했는데, 그 쪽 직원이 내게 '학생증 보여줄래?' 이러는 것이었다. 하핫, 아직 학생처럼 보이는구만 아싸~ 싶어 '음... 미안한데, 학생증을 두고 왔지 뭐야, 어떡하지?' 드립을 한 번 쳤더니 아주 쿨내 풀풀 풍기면서 '알았어~ 학생 입장료 받을게 요기 써진 금액만큼만 줘' 이러는 게 아닌가? 뭐 이런 것을 보고 white lie라고 하는 것이지... 서로 기분 좋게... 허허허. 투어 시작 전에 잠시 시간이 남아 기념품 가게에서 볼펜이랑 뱃지를 샀다. 비싸지만... UN 기념품이니... 이 판매금이 인류에 보탬이 되길 바라며 ㅎㅎ
곧 UN 직원-아마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가이드일 듯 싶다-에 의해 내부 투어가 진행되었다. 투어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UN본부라는 장소적 특성도 있겠지만,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 약간은 신기하기도 했다. 영미문화권 혹은 서구 선진국가들에 대한 내 뿌리 깊은 사대의식(!!!)의 발로일 지도 모르겠다. 뭐 여튼... 건물 곳곳을 누비며 실제로 사용되는 회의실 몇개를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정말 일하는 맛이 절로 나지 않을까? 논리, 합리, 정교함, 협상력,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포용, 이런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치열하지만 진심을 다해서 세상을 위해 일하는 곳,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르는 뭔가가 있었다. 들리는 소리로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인터프리터들이 한 100여명쯤 된다던데, 어디 자리 좀 없을래나? ^_^
(투어프로그램 정보는 이 곳에서: http://www.unog.ch/80256EE600581D0E/(httpPages)/5ADC7FB14E2750BD80256EF7005848A2?OpenDocument)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Hotel Suisse>는 가격 대비 합리적인 시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구들이 낡은 것도 아닌 것이 새 것도 아닌 것이 좀 애매하긴 했고, 화장실에는 기본적인 amenity들이 있었고, 바닥이 살짝 미끄러워서 각별히 조심해야했다. complimentary water도 없었구나 참...











저녁은 어디에서 먹어볼까나~ 하고 침대에 배를 깔고선 빛의 속도로 googling을! 블로거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 후덜덜한 물가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괜찮은 구성의 식당을 찾았다. 그 전에 호수 주변을 산책하면서 구시가쪽으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 거리 곳곳에 불어 표현들이 있어, 이 지역이 불어권 문화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끝이 도통 보이지 않는 저 호수가, Switzerland와 France의 경계선 역할을 한다고 하니, 왠지 양다리 걸치고 있는 듯한 미적지근한 느낌...? 다리를 건너 St. Pierre Cathedral 일대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고즈넉한 풍경을 눈에 담아갔다. 그리고 도착한 식당, <Chez ma cousine>. 내가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음식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그득했다 ㅎㅎㅎ 괜찮은 식당이 맞구만! 닭 반마리 구이를 주문하니 식전빵+샐러드+감자와 함께 군침돌게 구워진 반쪽 치킨이 나왔다. 약간 짜긴 했는데 빵이랑 같이 먹으니 그럭저럭 짠 맛은 해결되는 듯. CHF15로 생각지 못하게 푸짐한 저녁이 되었다.



















배도 부르겠다, 소화도 시킬 겸 해 지는 Geneva를 누볐다. 이미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무슨 베짱인가 싶었다 정말...), 다리를 건너 가는 도중에 양옆으로 뻗어 있던 섬같은 곳으로 진입해 벤치에 앉으려 했으나... 날파리 천국인 고로 재빨리 다시 가던 길로 복귀. 중앙역 coop에서 맥주 한 캔과 주전부리할 과일을 좀 사들고 숙소에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Switzerland에서의 마지막 밤, 너무도 아쉽다.
이 호텔에서 가장 실망했던 것은 다름 아닌 아침식사.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잖아 이거... 대충 시리얼에 빵+과일 씹고선 공항으로 이동했다. PP카드로 Swiss Air 라운지 입장이 가능하길래, 재빨리 수속을 마치고 지체 없이 그 곳으로~ 직원이 정말 반갑게 맞아주어 기분이 좋았고, 시설이 깔끔해서 또한 마음에 들었고, 신선한 과일 하며 먹고 즐길 것들이 많아 이 또한 만족만족!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해 정시에 도착했고, 환승을 위해 들른 Frankfurt에서 약국에 들러 마법의 비타민 Orthomol을 꼼꼼하게 챙긴 뒤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뭔가 부지런히 움직여댔던 이번 여행, 놀기 좋은 곳이 생산적으로 공부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던 시간들이기도 했다.

미주에 Hawaii가 있다면 유럽에는 Switzerland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