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14

[Seattle] 4-7 Jun 2014

[20140604-07 Seattle]

마음 맞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늘상 즐겁다. 이번에도 여전히 행복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고, 내가 믿고 의지하는 두 형들과 먼 길 떠나보려 한다.
사실 여행지로 맨 처음 생각했던 곳은 BKK. 마사지 받고 그저 맛있게 먹고 신나게 놀고 쉬어볼까 했는데, 웬걸,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통에 맘놓고 다니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퇴근 후에 저녁 비행기를 잡아 타고 만 이틀 바짝 시간 보낼 수 있는 곳을 급히 물색하던 중에, 우리들의 뇌리를 스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Seattle! 과연 밤에 잠을 못 들 것인가 기대가 되는 곳이다.
이젠 일정에 임박해서 여행계획을 짜는 게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수집된 정보를 정리한 일정표 한 장과 가이드북 한 권을 챙겨들고 비행기 탑승. 잡일(!)담당 겸 총무는 물론 내가! 형들을 위하는 이 눈물겨운 노력... ㅎㅎ 밥 두 끼 먹고 살짝 눈을 붙이니 10시간 비행이 후루룩 지나갔다. 공항에 도착했으니, 그럼 일단 숙소부터 가볼까?






ICN에서 출발이 지연되어 도착 또한 지연되었다. 뒤에 예약해 놓은 투어도 있고, 지친 심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숙소를 출발 몇일 전에 서둘러 잡게 되어서 다른 것 말고 다만 가성비 훌륭한 좀 좋은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괜찮았던 듯하다. 매트리스도 짱짱하니, 약간 오래된 느낌의 시설이 고풍스럽게 느껴졌달까. Seattle답게 로비에서 언제든 커피를 마실 수 있기도 했다. 객실 내 비치된 생수는 유료였지만, 이 또한 로비에서 무료로 물을 떠 마실 수 있어서 그냥 눈감아 주는 것으로~ 짐을 풀고 각자 간단히 씻고선, 조금 앉아서 쉬다가 투어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다.






<Ride the Ducks of Seattle> 투어는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해 갔다 ($29.75 per person). 자리 지정도 되었던 터라, 미리 앞자리를 선점해 놓았더랬다. 막상 투어 시작점에 도착하니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맥도날드에 들러 햄버거 하나씩을 후딱 먹고 투어에 참가할 마음가짐을 가다듬었다 ㅋㅋ 잠시 후 탑승이 시작되었고, 목에 걸 오리 모양 호루라기 하나씩을 받아든 뒤 들뜬 마음에 한 컷!




한시간 반에 걸친 투어 중에 한 시간은 육지에서, 30분은 차량 그대로 타고 물 위에 둥둥 떠서(!) 있었다. 중간중간 가이드가 일러주는 대로 투어객들 모두 길가에 대고 오리 모양 호루라기를 꽥꽥 불어댔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긴 커녕 활짝 웃으면서 화답해주기도 했다. 아직 Seattle 땅을 밟은 지 두어시간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Seattle을 둘러보면서, 이 도시는 참으로 깔끔하고 꽤나 정겹다는 인상을 받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때마침 날씨도 어찌나 이렇게 좋은 것인지!









투어를 마치고 바로 옆에 있던 EMP (Experience Music Project) Museum에 들렀다 (입장료 $22). 폐장시간이 임박해서 입장한 탓인지, 점원이 영수증 뒤에 '이틀 안에 이거 들고 입장하면 무료야~' 도장을 찍어 주었다. 사실 박물관에 큰 감흥이 있지는 않았던 터라 굳이 다시 올 일은 없겠다 싶었지만 뭐, 기분은 좋았다. 여러 컨셉의 전시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음악실에서 각자 숨겨왔던 음악적 재능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랄까 :-)










시간이 여섯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해는 짱짱하게 떠 있었다. 공원을 가로길러 항구를 끼고 식당까지 슬슬 산책 겸 동네를 돌아보기로 결정! Space Needle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을 남기고 (이따 야경 보러 다시 들르는 것으로~), Beatles가 묵었다는 호텔 <Edgewater>를 지나, Pier 66에 위치한 Anthony's Pier 66 & Bell st. Diner 앞에 도착했다. 식당에 입장하니 "1층? 2층?" 선택하라길래, 왠지 2층이 좀 더 고급스러워 보여서(!) 망설임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10분쯤 기다리다 항구가 보이는 바깥쪽 자리를 받고선 폭풍 주문을 시작했다. 음식이 하나 둘 나오고, 와인 한 병과 함께 무르익는 분위기. 다만...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오들오들 떨면서 앉아 있을 수는 없어서, 적당히 즐기다 일단 숙소로 피신해버렸다. 숙소로 가는 길, 지는 노을은 참으로 멋스러웠다.








Seattle의 야경을 보기 위해 선택한 장소, Space Needle. 입장권을 끊은 뒤($19),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꼭대기 층은, 뭐랄까... 남산타워...? 조금 달랐던 점은 Seattle의 skyline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낮게 쫙 깔려 있어서 탁 트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도 기념이니 문 밖을 나가 야경 사진 몇 컷을 남기고~



가볍게 한 잔 할 요량으로 편의점에서 맥주 몇 캔을 사 들고 숙소로 복귀, 즐거이 수다를 떨며 Seattle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 과연 잠이 오지 않을 것인가... 했지만 뭐, 스르륵 잠들었다 눈을 뜨니 둘째날 아침이었다. 모두들 일어나자마자 너무도 자연스럽게 호텔 조식 장소로 이동했다. 메뉴는 평범했지만 구색을 잘 갖추고 있었고, 무엇보다 반죽을 직접 기계에 넣고 구워서 따끈따끈한 즉석 와플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아침부터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배터지도록 아침을 먹어 두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미리 여행사를 통해 tour를 신청해 두었던, Everette에 있는 Boeing Factory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별도로 다룰 예정이니 잠시 넘어가고~
Pick-up 차량을 타고 다시 숙소로 들어와 잠시 쉬다가, 점심도 해결하고 Starbucks 1호점에도 가보기 위해 Pike Place market으로 다음 장소를 잡았다. 왠지 따뜻한 햇살을 느끼고 싶었달까... 시장까지 슬슬 걸어가 보기로 했다. 15분쯤 골목골목을 누비며 걷다 보니 저 멀리 시장 초입을 알리는 간판이 뙇! 사진 한 장 찍고 난 뒤, 항구를 따라 펼쳐진 복층 구조의 시장을 위아래로 오가며 상점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단순히 수산시장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품목이 다양하더라는.





우리의 배꼽시계는 한 치 오차가 없었다 ㅋㅋ 점심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 지 상당한 고민에 빠졌는데, 적당한 식당을 찾아 한참 돌아다니다 눈에 띈 곳은 hard rock cafe. 마땅한 대안도 찾질 못하겠거니와 밀려오는 시장기에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것저것 마구 시켜댔는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엔 남기게 되었지만... 아깝긴 했어도 나름 만족스러운 식사. 점원 센스 덕분에 단체컷도 찰칵!




사실 형들과 나는 알게 모르게 점점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자리에 더 앉아서 쉬다가, 잔뜩 부풀은 배가 어느 정도 정리될 때 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Starbucks 1호점으로 gogo. 찾아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뭐, 워낙에 매장 밖까지 북적대던 터라 대충 근처 가까이 가니 절로 그곳이 그곳인 줄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더군... 후훗. 흔히 보던 Starbucks와는 달리 로고 색이 갈색이었다. 로고상품도 갈색 베이스가 많고. 이게 원래 Starbucks의 모습이었다니, 새삼 신기해졌다. 기념으로 머그컵 하나를 사기 위해 들어간 매장 안은, 다른 Starbucks 매장과 진배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게 외벽에 서서 기타치며 노래부르던 털보 청년 정도? 정작 커피는 다른 Starbucks에서 마셨다는.



Seattle이 1889년 큰 화염에 휩싸여 홀랑 다 타버렸고, 지금의 Seattle이 그 흔적을 지하에 깔고 새롭게 일궈진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지체없이 일정에 포함시켰던 Underground tour. 백수십년 전 Seattle의 모습을 현재 Seattle의 지하에서 확인할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아니한가! 쾌활한 가이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Seattle의 옛 모습을 관찰했다. 곰삭은 냄새와 불순한 공기가 썩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전 흔적들을 복원/유지해내려 노력했던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감안하여 무사히(!) 투어를 마쳤다.





Seattle의 마지막 밤, 우리는 한치의 이견 없이 당당하게 한식당으로 향했다! 시원한 생맥주에 김치전이며 육개장이며 하여간 잘도 먹은 듯 하다. 숙소까지 슬슬 산책을 오면서 밤을 불태울 아이템들을 손에 쥐어들고... ㅋㅋ 시간이 짧을 수록 여행은 더욱 알차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날 밤 형들과 이틀 동안 했던 것들을 되짚어보면서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구나' 싶었다. 언젠가 다시 뭉칠 날을 기약하며, 그렇게 아쉬운 마음 가득 남기고 Seattle과는 잠시 안녕~